'세비둥둥섬' 된 여의도…세비 인플레 막을 방법은?

2012-09-06     나는기자다

월 1150만원에 달하는 세비(歲費, 국회의원이 매달 지급받는 수당 및 활동비)를 놓고 비난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노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세비 결정 방식을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외부감시를 전혀 받지 않는 현행 제도가 유지된다면 국회의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막기는 앞으로도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19대 국회의 세비는 1150만원선이다. 일반수당이 646만원, 관리업무수당이 58만원, 정액급식비가 13만원, 입법활동비가 313만원, 특별활동비가 94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상여금까지 따로 지급된다. 정근수당이 646만원, 명절휴가비가 775만원 지급된다. 이를 다 합하면 1년치 세비는 평균 1억3796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각 의원실에 지급되는 돈은 별도로 있다. 각 의원실에는 매달 사무실 유지비 224만원과 자동차 기름값 146만원, 입법활동지원비 448만원에다 야식비 50만원이 제공된다. 의원실 지원 경비를 모두 합하면 연간 9815만원 수준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노총은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내고 "국회의원의 세비 1억3796만원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5만5000원이나 된다. 이는 지난해 노동자 월평균 정액급여 234만1027원의 5배이자 올해 노동자 최저임금(시급 4580원, 월 95만7220원)의 12배"라며 "최저임금 노동자가 1년간 뼈 빠지게 일해야 겨우 국회의원 1달 세비를 버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이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갈수록 심각해지는 고용불안, 청년실업,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등으로 신음하는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며 "노동자가 1년 간 고되고 힘든 노동에 시달려야 벌 수 있는 돈을 고작 한 달 세비로 받는 것은 국민정서를 외면한 참으로 몰염치하고 뻔뻔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국회를 비난했다.

◇세비 인플레의 원인은? 그리고 해결방안은?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국회 다이어트시리즈4-편법적이고 국민 기만하는 의원급여 결정방식의 개혁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급여와 보좌진 수를 독자적으로 결정하게 함에 따라 심각한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세비를 결정하고 있다.

1984년 국회의원 수당법 개정 당시 세비를 국회규칙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했고 1988년에는 '급여인상을 위한 개정법률은 그들 의원의 임기 중에 효력이 없다'는 조항까지 삭제해 임기 중에도 세비를 인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능히 예상할 수 있듯이 법 개정 후 세비 수준은 정해진 것보다 540% 높아졌다.

현행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2조는 '국회의원에게 101만4000원의 수당을 매월 지급한다'고 정하면서도 '다만 수당을 조정하고자 할 때에는 이 법이 개정될 때까지 공무원보수의 조정비율에 따라 국회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고 제한규정을 뒀다.

이어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규칙 제2조에도 '다만, 국회의장은 이 규칙이 개정될 때까지 수당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무원보수의 조정비율의 범위 내에서 이를 정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돼 의원들이 세비를 자율적으로 올릴 수 있게 해뒀다.

이처럼 법률상 문제가 없으니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세비 인상예산을 증액한 뒤 예결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세비 인상 재원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다.

세비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급여액을 국회의장 전결사항에 포함시키고 그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의 사례에 비춰 봐도 과도한 비밀주의라는 비판을 면키 힘든 부분이다. 미국과 영국의 연도별 의원연봉은 각국 의회의 홈페이지에 게재돼있지만 한국 국회 홈페이지에는 세비가 공개돼있지 않다.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따르면 유럽 선진국들 가운데 의원의 급여수준이나 인상폭을 의원들이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의회가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경우에도 의회는 법에서 규정한 인상률이나 외부기구의 권고안을 수용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외부 기구의 권장안이나 법에서 정한 인상폭보다 인상률을 낮추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설명이다.

국회의원들의 이같은 도덕적 해이가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 제도 개선 요구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 급여 인플레를 막기 위해 지금처럼 국회의원들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방식을 외부기관에서 심의해 결정(혹은 권고)하거나 법률을 통해 규정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1981년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서 삭제됐던 '국회의원에 대한 급여 등은 이 법 이외의 다른 법률이나 규칙 등으로 규정할 수 없다' '이 법의 개정은 개정당시의 국회의원 임기 중에는 그 효력이 없다' 등 조항을 부활시켜 의원 이기주의를 견제해야한다는 대안이 있다.

이밖에 회의 참석 여부와 무관하게 세비를 지급하는 현행 방식을 고쳐 회의 참석 실적에 따라 세비를 지급토록하자는 대안도 주목 받고 있다.

세비를 일반수당과 입법수당, 회기수당으로 구분한 뒤 일반수당과 입법수당은 월정급여로 하되 그 비율을 30% 이하로 낮추는 반면 회기수당은 실제 회의참석 실적에 따라 지급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 대안이 실현될 경우 최근 여야간 논쟁의 소재가 됐던 무노동 무임금 논란도 사라질 전망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는 "월정액 수당이 전체 세비의 거의 대부분이라 국회에 나오지 않는 의원들에게도 불이익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수당과 회의 참석 여부를 연계시키면 국회 파행과 장기공전을 예방하고 그로 인한 국가적 피해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