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전기차 골프 블루-e모션…운전하는 재미까지
2012-09-05 나는기자다
해치백 형태의 외관은 일반적인 골프의 모습을 갖췄고, 전조등과 테일램프는 GTD·GTI의 디자인을 가져왔다. 날렵한 눈매에 스포츠 고글을 착용한 날카로운 모습은 그대로였다. 크기는 전장 4200㎜, 전폭 1785㎜, 전고 1480㎜로 동일하다.
대신 앞범퍼 아래 날카로운 안개등과 배기구가 없어졌다. 배기구가 없어진 이유는 순수한 전기로만 작동하기 때문에 CO2를 비롯한 각종 배기가스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또 프론트 라디에이터 그릴에 박힌 큼직한 폭스바겐 엠블럼 속에는 완속 충전기를 꼽기 위한 콘센트가 숨어있다. 일반적인 디젤이나 가솔린 차량 주유구 위치에도 똑같은 충전 포트가 설치돼 둘 중 어디든 충전이 가능하다.
한국에서 쓰이는 일반가정용 전압인 220V는 쓰이지 않는 대신 전용 완속 충전기가 존재한다. 급속이 아닌 공업용 330V 전기단자로 완속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3시간이다.
아직까지 전기차 충전 포트의 국제 표준 규격은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전기차가 양산되고 있지만 각 나라별로 쓰이는 전압이 다르기 때문에 각 자동차 메이커는 그 나라의 규격에 맞춰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골프 블루-e모션의 엔진룸에는 최고출력 115마력(85㎾)의 전기모터가 자리 잡고 있으며, 26.5㎾의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한번 충전으로 최대 150㎞까지 주행할 수 있다.
차량에 설치된 프로그램은 운전자 운행패턴, 도로상황, 냉난방 연료 소모 등을 계산해 배터리 잔량과 이동 가능 거리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계기판도 속도계를 중심으로 왼쪽에 RPM 게이지 대신 모터소비전력과 에너지 충전 상태를 알려주는 모터 작동 표시계가 달렸다.
가솔린 모델과 달리 시동키를 돌리자 '틱'하는 소리와 'READY'라는 표시가 켜지며 시동이 걸렸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것조차 없으면 시동이 걸린지 조차 모를 정도로 사방이 조용했다. 엔진 대신 전기모터가 돌기 때문에 엔진음이 없기 때문이다.
전기모터가 장착돼 골프장에서 흔히 보는 카트와 비슷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자 일반 소형차와 비교해도 치고 나가는 힘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속도계 바늘은 시속 140㎞를 금방 가리켰다. 골프 블루-e모션의 최대토크는 27.6㎏·m을 자랑한다. 제로백(0→100㎞/h 도달시간)은 11.8초다.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위한 전기차지만 달리기 성능에도 소홀하지 않았다는 회사의 설명이 정확했다.
특이한 점은 브레이크 시스템 역할을 하는 패들 시프트였다. 일반적인 기어변속과는 달리 브레이크 패드를 움직여 속도를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전기모터의 활동을 억제해 속도를 줄이고 그 에너지를 다시 배터리로 저장하는 재생에너지 시스템이다. 하지만 차량에 기어변속이 가해지는 느낌은 일반적인 패들 시프트와 동일했다.
다만 아직 전기차의 최대 약점인 짧은 '최대 주행거리'는 그대로다. 히터나 에어컨 작동 시에는 배터리가 빨리 닳고, 가장 중요한 차값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값은 확실히 가솔린이나 경유보다 저렴하다. 전기차를 지원해주는 제대로 된 정책과 지원금, 세제혜택, 충전소 인프라 구축 등이 해결되면 비록 일반 차량보다 판매 가격은 높겠지만 충분히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폭스바겐은 2013년을 전기차 보급의 원년으로 삼고, 골프-e-블루모션, e-업! 등 이미 양산 준비를 마친 순수 전기차들을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