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대표이사 선임 표류 6개월… 왜 ?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서울시향이 진통을 겪고 있다.
3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김주호 전 대표의 임기가 끝난 2월말부터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차기 서울시향 대표이사를 확정하지 못했다.
서울시향 대표는 재단 이사진(2명)과 서울시(2명), 서울시의회(3명)에서 각각 추천한 7명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가 심사를 통해 후보를 확정하고 시장이 최종 선임한다.
하지만 한국 최고의 교향악단이라는 특수성과 전문성 등을 감안해 정명훈 예술감독의 의중이 상당히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과 정명훈 예술감독이 생각하는 대표이사의 모습이 다소 달라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시향은 2~3개월 전 각각 추천 후보를 확정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이해와 경영 능력을 고루 갖춘 인재를 찾지 못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정 감독은 서울시향의 민간 후원을 유치하고 안살림을 책임질 전문 경영인 출신을, 서울시에서는 풍부한 경력을 지닌 공연계 인물을 각각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한국의 선두 오케스트라 집단이라는 점을 두고 기관장이 보는 눈하고 예술감독이 보는 눈이 다른 측면이 있다"며 "박원순 시장과 정명훈 감독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다보니 미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인물난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국내 최고의 오케스트라 대표를 맡을 인재의 폭이 그만큼 적다는 것이 문제"라며 "그렇다고 외국의 유명 예술 경영진을 초빙하기도 힘들기에 적임자를 찾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푸념했다.
서울시향의 대표이사 장기 공석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초대 대표이사가 된 전 우리증권㈜ 대표이사 이팔성씨의 임기가 끝난 2008년에도 책임자를 찾지 못해 1년여간 수장 자리를 비워뒀다.
시 관계자는 "당시에도 마땅한 인물을 찾기 힘들어 시간이 걸렸다"며 "노력 끝에 문화관광부 산하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초대 원장을 역임한 김주호씨를 임명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현재 권한대행은 한문철 서울시 문환광광디자인본부장이 하고 있다.
한 본부장은 3일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향 업무보고에 참석했지만 선임이 늦어지는데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시의원들의 질타를 피할수는 없었다.
시의회는 이날 시향을 관리 감독할 서울시가 업무를 보고하는 촌극에 대한 반발과 대표이사 선임이 늦어지는데 대해 책임을 강력하게 제기하자는 차원에서 구두 업무보고를 취소하고 서면보고로 대체했다.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김정재(새누리당·비례) 의원은 "6개월째 대표 선임을 못하고 있는데에 대한 일종의 문제 제기를 강하게 한 것"이라며 "대표이사 자리가 빈 만큼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 감독이 외국에 많이 나가는 만큼 의견 조율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