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하도 욕해서 이젠 욕도 안나와, 참 지독한 여름이야…"

2012-09-01     나는기자다

가뭄·폭염·폭우·태풍, 악몽 같았던 '2012년 여름'
"10년 넘게 장사를 해오고 있지만, 이번 여름 참 독해, 하늘을 보고 어찌나 욕을 했던지, 이젠 욕도 안나오네…"

전북 전주 남부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 70대 할머니는 이번 여름을 '징그럽고 무섭다'고 정의했다.

가뭄과 폭염, 폭우가 연일 기승을 부린것도 모자라 릴레이 태풍까지, 장사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이 할머니는 "날씨가 미친 것도 아니고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다"면서 "뭐라도 팔아야 입에 풀칠을 하지 이러다 노인 굶어죽었다고 뉴스에 나오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어야 물건을 사달라고도 하는 데, 말을 건넬 사람하나 없다"면서 "날씨가 이모양이니 사람들이 시장을 찾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제14호 태풍 '덴빈'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31일 오후. 이 할머니의 말처럼 남부시장에는 시끌벅적한 시장의 풍경이 아닌, 너무나도 한산했다.

장을 보러 돌아다니는 몇몇 주부들과 시장 곳곳을 돌며 연신 셀카를 찍어대는 20~30대를 제외하곤, 상인들과 물건값을 놓고 흥정하는 모습, 상인들이 돈을 세는 모습 등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이처럼 왁자지껄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늘진 곳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상인, 뒤늦게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간혹 사람들이 지나가면 약속이라도 한 듯 "싸게 많이 줄테니까 어여 와"라는 상인들의 목소리만 잔잔하게 들릴 뿐이었다.

하늘을 원망하며, 답답한 심정을 표출했던 70대 할머니는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이 더 큰 문제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 할머니는 "날씨가 좋지 않아 과일이며, 채소며 가격이 다 폭등해 간혹 오는 손님들도 구입하지 않고 그냥 돌아간다"면서 "추석이 대목인 데, 이 상태로 가다가는 손주 볼 면목도 없다"고 말했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며 연신 과일을 수건으로 닦아내는 할머니는 "지독한 여름이었지만, 계속 한탄만 할 수는 없다"면서 "늙은이를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들이 시장으로 와줘 사과 하나라도 사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