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U-20월드컵]패배 속 빛난 별 전은하, '차세대 해결사' 등극
정성천(41) 감독이 이끈 한국 20세 이하(U-20) 여자축구대표팀은 30일 오후 7시30분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2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월드컵 8강전에서 일본에 1-3으로 졌다.
아쉬운 '한일전' 패배였다. 2012런던올림픽에서 남자 올림픽대표팀이 이미 한 차례 일본을 격파한 상황이었기에 일본전 연승을 따내겠다는 여자대표팀의 간절함은 더 컸다.
기대를 걸어봤지만 일본은 강했다. 여자축구의 탄탄한 저변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보다 우위에 있었다. 홈 이점까지 등에 업으며 한국에 완승을 거뒀다.
한국은 경기시작 8분 만에 백패스 실수로 선제골을 내줬다. 7분 뒤인 전반 15분 전은하가 멋진 헤딩골로 추격의 불씨를 당겨봤지만 이후 전반에만 2골을 더 허용해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후반 들어 한국의 조직력이 살아났다. 경기를 주도했지만 골문을 틀어막은 일본의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만회골 없이 1-3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8강전 경기만 놓고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수비수들의 애매한 위치 선정과 불안한 볼처리는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공격 상황에서도 짧은 패스들이 번번이 일본에 가로 막혀 흐름을 빼앗겼다.
준결승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한국 여자축구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또 하나의 보물을 얻었다. 새로운 해결사로 떠오른 전은하가 그 주인공이다.
이번 대회가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모든 언론의 관심은 '여자 루니' 여민지(19·울산과학대)에게 쏠려있었다.
여민지는 2010 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홀로 8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사상 첫 월드컵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2년이 지났지만 여민지는 여전히 팀의 에이스였다.
악재가 발생했다. 여민지는 지난 19일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 도중 발등에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제외됐다. 이때부터 연달아 2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팀의 핵심 공격수를 잃은 한국은 사실상 조별예선 통과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 감독은 고민 끝에 '전은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은하의 원래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다. 평소 뛰어난 드리블 능력과 스트라이커 못지 않은 골감각을 지니고 있었던 전은하에게 정 감독은 공격수라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다.
정 감독의 '한 수'는 대성공을 거뒀다. 여민지가 빠진 1차전에서 나이지리아에 0-2 패배를 당했던 한국은 전은하가 최전방에 나선 2차전부터 달라졌다.
전은하는 이탈리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이금민(18·현대정과고)와 함께 2골을 합작하며 대회 첫 승을 이끌었다.
브라질과의 3차전에서는 홀로 2골을 터뜨리며 2-0 완승을 견인했다. 여민지의 공백을 100%이상 메우며 한국을 8강에 올려놓았다.
일본과의 8강전에서도 한국의 자존심을 살려준 1골을 뽑아냈다. 전은하는 3경기 연속골과 함께 대회 통산 4골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4강 진출이 무산돼 전은하의 득점왕 도전은 다소 어렵게 됐지만 한국 축구는 지소연(21·고베아이낙)과 여민지를 잇는 또 한 명의 축구스타를 맞게 됐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