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태풍 볼라벤 강타했지만…' 최악의 피해 없었다 왜?
2012-08-29 나는기자다
당초 볼라벤은 우리나라에 기록적 피해를 줬던 태풍 '루사(RUSA)'와 '매미(MAEMI)'보다 강력하다고 평가받았다. 이 때문에 볼라벤의 전국 강타로 루사와 매미때의 상황이 재연되는건 아닌지 우려가 많았다.
실제로 루사는 초속 56.7m의 순간 최대풍속을 기록하고 246명의 사망·실종자와 8만8000여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재산피해 또한 5조1479억원으로 기록됐다.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자연재해로 꼽힐 정도다.
반면 28일 오후 8시 현재 볼라벤으로 인한 사망과 실종자는 모두 24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중 대부분은 이날 오전 제주도에서 중국 어선이 전복되는 사고로 발생했다. 부상과 정전 등을 제외하면 큰 피해가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강력한 위력을 가진 초대형 태풍이 한반도를 휩쓸었지만 최악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먼저 볼라벤의 빠른 이동속도 때문이다. 볼레벤은 이날 오후 3시께 서울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1시간 빠른 오후 2시께 서울을 거쳐 빠르게 수도권을 통과했다. 예상보다 이동속도가 빨라 당초 상륙시간이 1~2시간 정도 단축됐다.
또 볼라벤은 우리나라에 상륙해 관통하지 않고 바다 위에서만 움직였다. 여기에 이동 속도도 빨라 많은 비를 뿌릴 시간이 루사나 매미때보다 적었다는 점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볼라벤은 산간지역에는 자신의 강함을 유감없이 발휘했지만 서울 둥 중부지역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강수량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태풍으로부터 강하게 유입된 수증기가 산간과 해안에서 충돌하면서 제주도,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 200㎜ 이상의 매우 많은 비가 내렸다.
제주 윗세오름 740.5㎜, 어리목 573.0㎜, 진달래밭 526.0㎜ 등 제주 산간의 강수량이 500㎜를 돌파했다. 제주 평지도에서는 305.9㎜를 기록했다. 뱀사골 267.5㎜, 성삼재 242.0㎜ 등 지리산 자락에도 200㎜ 넘는 호우가 쏟아졌다.
해남 202.5㎜, 장흥 168.0㎜, 흑산도 149.8㎜, 순천 118.5㎜ 등 호남지방에서도 많은 비가 내렸다.
반면 서울 6.0㎜를 비롯해 수원 2.0㎜, 춘천 3.5㎜, 청주 4.5㎜, 인천 5.9㎜ 등 중부지방은 바람에 비해 빗줄기가 매우 약했다.
결국 볼라벤은 바람이 강하다보니 주 강수대가 태풍진행방향의 북서쪽인 서해상으로 밀려나 상대적으로 중부 내륙에는 비를 적게 뿌렸다. 예상보다 적은 강수량은 그만큼 최악의 피해를 면하게하는 큰 요인이 된 것이다.
예방효과도 한몫했다. 볼라벤이 북상하자 기상청은 이번 태풍이 올해 들어 가장 강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우리나라는 매번 폭우와 태풍으로 크고 작은 인명·재산피해를 경험했다. 하지만 관계당국은 이번엔 만반의 준비를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7일 오후 3시를 기해 관련 중앙부처와 기관에 대해 비상근무 체계를 최고 단계인 3단계로 격상하고 만반의 대비를 해왔다. 서울 곳곳 아파트와 점포들도 유리창에 미리 테이프나 신문지 등을 붙여 유리 파손을 예방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초강력 태풍이 접근한다는 예보가 나오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난방송과 재난문자 등 상황전파를 통해 대국민 홍보를 강화했다"며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긴장하고 위험지역을 통제하는 등 대비한 것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