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추석이 낼 모레인데" 태풍 나주배 과수원 직격탄
2012-08-28 나는기자다
태풍 볼라벤의 직접 영향권에 든 28일 오전 10시께 전남 나주시 금천면 촌곡리 최윤만(67)씨의 배 과수원은 태풍을 온 몸으로 받아내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강풍 폭격'을 맞은 과수원은 떨어진 배가 땅 바닥에 가득했고 꺾어진 나뭇가지도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올 봄 극심한 가뭄과 인력난 속에서도 가까스로 배 솎음 작업과 봉지를 씌워 애지중지 돌봐 온 배는 초속 30~40m의 강풍에 최씨 앞에서 그렇게 속절없이 떨어져 나갔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최씨는 자신의 속이 타들어가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7239㎡ 규모의 과수원에는 보름 뒤면 추석 대목을 맞아 본격적으로 출하가 가능한 나주배 주력 품종인 신고배가 70% 이상 떨어졌다.
떨어진 낙과 한 개를 들고 일어선 최씨는 "17년 동안 배농사를 지어왔지만 이번 처럼 낙과 피해가 큰 적은 없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 저었다.
최씨는 "위태롭게 나무에 매달린 배들도 강풍에 이미 흔들렸기 때문에 미풍만 불어도 쉽게 떨어질 것이다"면서 "올해 배농사는 완전히 망친 것이나 다른바 없다"고 말했다.
올해는 농촌 지역 인력난이 유난히 심해 배봉지 한 장을 싸는 데만 장당 50원으로 껑충 뛰어올라 봉지 값 600여 만과 인건비 900여 만원이 들어갔다.
또 고온다습한 날씨가 전년에 비해 한 달 가량 일찍 찾아온 뒤 지속돼 현재까지 들어간 농약 값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최씨는 "지금 떨어진 배들은 단맛이 들었어도 손을 댈 수 가 없다"며 "배즙용으로 그나마 팔려면 재해보험 피해조사가 끝날 때 까지 기다려야 해 썩어가도 바라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그래도 피해농가들이 기대하는 건 농작물 재해보험 뿐이다"고 한가닥 희망을 내치쳤다.
하지만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전체 재배면적의 20% 이상이 피해를 봐야하고, 20%를 넘어선 1%부터 보상이 이뤄져 80% 낙과피해를 봤을 경우 실질적인 보상은 60%에 그친다.
나주시는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나주배 전체 재배면적 2390ha 가운데 10~20%가량인 239~478ha가 낙과 피해를 입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장 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피해 면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나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