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5>형제복지원 뒤에 공무원 있었다
2014-05-15 퍼블릭 웰
1975~1987년 시민 수천 명을 불법 감금해놓고 강제노역과 폭행 등을 일삼아 531명을 숨지게 한 인권유린 사건의 장본인, 박인근 형제복지원(현 느헤미야) 원장이 짧은 감옥생활 후 원장직에 복귀해 수백억 원대 재산을 가진 '복지왕국'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과 끈끈한 유착관계를 형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 박 원장과 공무원들 간의 유착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그 실체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부산시가 실시한 형제복지원 특별조사에서는 이 문제가 규명되지 않아 부실조사는 물론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부산사회복지연대는 14일 "박 원장이 금품을 제공하거나 수익사업체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발주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무원들과 유착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관련 입증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2007년 12월 28일 박 원장은 외환은행 부산 주례동지점에서 우리은행 부산시청지점의 전 공무원 A 씨 계좌로 2000만 원을 송금했다.
그는 1992년부터 2004년까지 두 차례 시 사회복지과에 근무했다.
A 씨는 "박 원장에게서 빌린 돈인데 1000만 원은 갚고 나머지 돈은 아직 못 갚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자는 지급하지 않았고 차용증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
박 원장은 또 2007년 10월 형제복지원 수익사업체인 부산 사하구 장림동 빅월드레포츠(2012년 매각) 리모델링공사(금액 21억 원)를 전 공무원 B 씨의 아들이 경영하는 태상인테리어에 발주했다.
형제복지원은 이어 2011년 10월 또 다른 수익사업체인 사상구 괘법동 사상해수온천 리모델링공사(금액 15억 원)를 동일인이 대표로 있는 티에스디자인에 발주했다.
B 씨는 2005년 6월과 9월 시가 박 원장에게 각각 15억 원과 35억 원의 장기차입허가를 내줄 때 담당 사회복지과장으로 재직했으며, 이후 부산복지개발원장까지 지냈다. B 씨는 "공사 발주는 나와 무관한 일"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전 공무원 C 씨의 남편은 2010년 5월부터 8개월간 형제복지원이 운영하는 중증장애인요양시설인 실로암의 집 원장으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C 씨는 당시 시 아동청소년담당관실에서 아동복지 업무를 봤다.
송근일 시 복지건강국장은 "시 특별조사에서 '제 식구 감싸기'는 없었다"면서 "유착 여부에 대한 감사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성 부산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형제복지원과 일부 공무원 간의 유착관계가 드러난 만큼 시 감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국제신문 / 이경식 유정환 기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