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아버지 때문에 ? '… 벌집 쑤신 제천 검·경
검찰의 동료 검사 아버지 봐주기 논란이 검찰과 경찰의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21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충북 제천경찰서는 지난 9일 제천 시내의 한 불법 성인오락실을 단속해 업주 A씨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게임기 점수 보관증을 손님들끼리 거래하도록 주선하거나 이를 방조하는 수법으로 수천 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A씨의 혐의를 확인하고 검찰에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달부터 사행성 게임장들을 대상으로 집중 단속을 진행해 온 경찰은 유사한 피의자들이 '무난히' 구속된 것으로 미뤄 A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검찰은 "보강수사를 하라"며 재지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피의자 A씨가 동료 검사의 아버지라는 이유로 검찰이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구속된 게임장 업주 사건과는 차이가 있고 A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보강수사가 필요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점수보관증을 지급했다는 점에서 다른 사건과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지난 17일 보강수사를 마무리해 재지휘를 요구했고, 검찰은 지난 20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청주지검 관계자는 "A씨가 B검사의 아버지였기 때문에 수사를 재지휘한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면서 "주말과 휴일이 끼어 월요일인 20일 경찰의 수사결과를 검토한 뒤 정상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 검사 역시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료 검사의 아버지인 줄 알고 있었지만 어떤 청탁이나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B검사의 청탁 여부나 사건 담당 검사의 봐주기 의도 여부는 검찰의 자체 조사 등을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 논란을 계기로 한 검찰과 경찰의 대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의욕적으로 추진한 전국 첫 점수보관 게임장 기획수사에 검찰이 제동을 걸었다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고 검찰 역시 의혹 제기의 진원지를 경찰로 추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청주지검 제천지청장과 제천경찰서장 모두 최근 2개월 내에 부임한 '신인'이어서 이 지역 검·경의 갈등 상황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검·경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검찰의 업무처리가 정당했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해도 B검사는 이번 일로 큰 상처를 입게될 것"이라면서 "제천발 검·경 갈등이 전국으로 확산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제천=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