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 "KAI 공장설립 요구 모두 수용" 최후통첩

2012-08-17     나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A320 날개하부구조물 공장 건립과 관련, 또다시 공은 KAI로 넘어갔다.

정만규 사천시장은 14일 오후 2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KAI 부품공장 건립에 따른 사천시의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시 여건상 KAI가 제시한 조건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첨단항공우주산업도시의 메카인 사천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모든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이는 사천시는 KAI의 모든 것을 들어줄테니 이제는 너희들이 결정하라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인 셈이다.

기자회견에서 정 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KAI와의 진행 사항들을 조목조목 설명한 뒤 "KAI가 사천시의 합리적 대안제시에는 진정성으로 다가오지 않고 계속해 안되는 방향으로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약간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시에 30만원대의 부지 2만평을 요구했고 시는 기 조성된 적정한 부지가 없어 향후 적극 협력해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자고 했다"며 "이후 별다른 추진사항이 없다가 몇달 뒤 갑자기 산청군으로 간다는 얘길 듣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는 "이 문제로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KAI가 요구한 사항들에 대해 모든 것을 수용하고 또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임을 강조했다.

현재 KAI는 2만여평의 무상부지에 오는 11월10일까지 공장 착공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천시와 경남도, 낙동강유역환경청의 확약서, 300여대 규모의 주차시설, 300석 규모의 식당과 복지시설 제공, 여기에 종포지구의 36만㎥의 준설토 치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KAI의 요구에 대해 정 시장은 "재정자립도가 20% 안되는 사천시가 수백억 원이 소요되는 요구사항들을 수용한다는 것이 쉽진 않았다"며 "하지만 항공우주도시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과감히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남도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수 차례 방문해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기간내에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사천시장과 시의회 명의의 확약서도 제출했다"며 "사천시와 시의회가 보증하는 것도 믿을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하는 KAI의 태도를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로 서운함을 나타냈다.

끝으로 "사천시로서는 KAI 부품공장을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으려 지금껏 최선의 방안을 찾아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한 사천시의 진심을 왜곡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이후 사천시는 KAI 관계자들과 만남을 갖고 이같은 사천시의 입장을 전달했으며 KAI는 오는 24일 이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KAI는 지난해 12월 에어버스사와 12억 달러 규모의 A320 날개 하부구조물 공급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내년 말까지 납품을 목표로, 지난 1월부터 사천시를 비롯, 인근 지자체에 6만6000㎡ 규모의 부지확보에 나서 최근 산청군이 금서농단지내 부지를 무상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천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사천=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