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펭귄 '남극의 눈물' 아직 안끝났음, 모르셨죠?
'남극의 눈물'은 지난해 12월 출발해 올해 1월27일까지 5회를 방송했다. 1월30일 MBC노조의 총파업으로 제6회 에필로그 편은 파업 종료 이후로 방송 시기가 미뤄졌다. 6개월 이상 시청자들을 만나지 못한 이 메이킹 필름이다.
그동안 '남극의 눈물'이 가물가물해졌을 시청자들을 생각하면 담당PD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김진만 PD는 16일 오후 경기 일산MBC드림센터에서 "원래 6부작으로 기획됐는데 파업이 결정돼 조합원으로서 방송을 쉬게 됐다. 6개월이나 쉬게 될 줄은 몰랐는데 너무 오래 쉬는 바람에 '남극의 눈물'이 잊혀졌을까봐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제작진에게 남극의 기억은 아직 생생하다. '남극의 눈물'은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최초로 남극대륙의 생태를 담은 필름이다. 에필로그 편에는 제작진과 황제펭귄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 PD는 "남극대륙에서는 펭귄들의 천적이 없다.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면 천적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알이 있는 펭귄들은 허들링(몸을 맞대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는 행동)을 해야 하지만 알이 없는 펭귄들은 촬영팀 주변에 많이 놀러왔다. 나중에는 서로 익숙해지니까 설상차 앞까지 마중을 나오기도 하더라"고 전했다.
송인혁 촬영감독은 "황제펭귄 새끼들은 안됐다. 부모와 생활하는 기간도 상당히 짧고 헤엄치거나 먹이를 사냥하는 방법도 부모에게 배우지 않는다. 어느 정도 자라면 부모가 새끼를 버리고 가는데 스스로 헤엄을 치고 사냥을 하는 것이 불쌍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만태 촬영감독은 먹이사슬에서 희생된 펭귄 때문에 씁쓸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제작진은 생태계를 교란시키지 않기 위해 그들의 생존에 절대 개입하지 않았다.
"한 새끼 펭귄이 자이언트 패트럴을 피해 카메라 앞으로 도망을 왔다. 사람은 둘의 팽팽한 대립에 끼어들지는 않았지만 결국 자이언트 패트럴의 포기로 그 펭귄은 살아서 도망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이언트 패트럴이 다른 펭귄을 공격해서 죽이더라. 그러자 무리에 있던 다른 새끼들이 내 앞으로 오더니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이 마치 '아까 그 펭귄은 살려주고 왜 죽은 펭귄은 살려주지 않았나'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아마존의 눈물'과 '남극의 눈물'을 제작하면서 더위와 추위를 모두 겪은 김 PD는 "둘다 힘들지만 아마존은 한 달 뒤면 도시에 나간다는 희망이 있었던 반면, 남극은 300일 후에나 나갈 수 있었으니 더 무서웠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그래도 인간들이 사는 땅이지만 남극은 원주민조차 없는 땅이다. 그 이유를 알겠다. 눈폭풍이 불면 앞이 보이지 않아 50m 떨어진 건물을 가는데도 줄을 타고 가야 한다. 남극은 신이 허락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이다."
'남극의 눈물'은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아프리카의 눈물'에 이은 '지구의 눈물' 시리즈 마지막이다. 제작진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눈물 시리즈의 성과를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눈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 자체가 이야기와 정서적인 면을 많이 가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객관적이고 이성적이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다큐가 한국에서는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큐도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측면에서는 성과가 있다고 본다."
'지구의 눈물' 시리즈 최종회는 17일 밤 11시10분에 방송된다. 【고양=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