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2인극 정답, 고두심·지현준 '…댄스레슨'

2012-08-13     나기자

 

고급아파트에 혼자 사는 일흔두살 교사출신 목사부인, 댄스스튜디오 강사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며 무슨 일에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게이.

연극 '여섯 주 동안 여섯 번의 댄스레슨'은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상극의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풀어낸 수작이다.

엄마로 평범하게 살아온 노파 '릴리'가 방문교습 댄스강사 '마이클'로부터 6주 동안 6가지 댄스를 배우면서 자아와 희망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나이에 대한 편견과 약자를 무시하는 사회의 강경한 태도에 반기를 드는 작품으로 춤뿐 아니라 음악, 코미디가 어우러졌다.

마이클과 릴리는 초반 서로를 속인다. 게이 마이클은 자신에게 아픈 아내가 있다고, 릴리는 6년 전 죽은 목사 남편이 살아있는 것처럼 거짓말한다.

두 사람의 이런 허풍은 그러나 과장되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마이클은 게이로 살아가기 힘든 풍토에서 직업을 이어가기 위해, 릴리는 독거노인을 업신여기는 사회에서 조금이나 당당해지기 위해 필수불가결적으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이클과 릴리는 이런 약점과 사랑했던 동반자, 끔찍하게 여긴 딸을 어쩔 수 없이 세상에서 떠나보낸 서로의 아픔을 알게 되면서 진실을 털어놓고 보듬으며 위로한다. 진정 사랑했던 이가 죽은 뒤에 만난 사람들에게 상처만 받은 게이, 남편에게 얽매여 딸이 숨을 거두는 순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노인은 그렇게 성숙한다.

이런 지점에서 2인극의 특징과 장점이 오롯하게 묻어난다. 2007년 '친정엄마' 이후 5년 만에 데뷔 40주년 기념작으로 이 연극에 출연한 고두심(61), 뮤지컬 '모비딕'으로 '제6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신인상을 받은 다크호스 지현준(34)이 연기한 릴리와 마이클이 쌓아가는 감정선과 호흡이 일품이다. 배우 2명의 역량에 의존하고 이로 인해 집중도가 높아지는 2인극의 특성을 제대로 살렸다.

'스윙' '폭스트로트' 등 예순이 넘는 나이에도 6가지 댄스를 능숙하게 소화한 관록있는 고두심의 증명, 고두심을 "아가야"라고 불러도 어색함이 전혀 없는 무한한 가능성의 지현준의 발견이라고 할 만하다. 더구나 이 배우들의 연기력과 조합이 철저하게 작품의 완성도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20, 30대 여성들이 점령한 여느 공연장과 달리 중년여성들로 가득 찬 객석 또한 인상적이다. 공연 내내 잠잠하다가 클라이맥스나 마무리에서 박수나 환호성이 터지는 대부분의 연극이나 뮤지컬과 달리 '여섯 주 동안 여섯 번의 댄스레슨'에서는 중년여성들이 조곤조곤대는 소리가 귓가를 감돈다. "고두심 잘한다"라며 귀엣말처럼 주고받는 그녀들의 '잡담'이 싫지 않은 것은 작품에 확실히 공감하고 있다는 진심 때문인 듯하다.

릴리와 마이클을 모자 관계처럼 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작품은 더 건강해졌다. 서로를 보듬으면서도 서슴없이 충고하는 인생의 파트너로 설정했다. 어느 작품보다 진일보한 설정과 해석으로 따뜻함을 안긴다. 신선하기까지 하다. 고층 고급아파트 창문 밖으로 보이는 다채로운 빛깔의 바다 영상과 따뜻하고 은은한 조명은 연극의 로맨틱함을 부추긴다.

200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초연됐고, 2003년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지금까지 12개국 언어로 번역돼 20개국 50개 이상의 프로덕션에서 공연했다. 한국에서는 초연이다. 뮤지컬 '헤드윅' '쓰릴미', 영화 '페이스메이커' 등의 연출자 김달중(35)씨가 연출을 맡았다.

'여섯 주 동안 여섯 번의 댄스레슨'은 9월2일까지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볼 수 있다. 5만~7만원. CJ E&M 공연사업부문. 1588-0688

2인극의 정석이 주는 따뜻함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