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2012]아직 끝나지 않은 볼트 '전설의 꿈'

2012-08-10     나기자

2012런던올림픽 직전 '번개' 우사인 볼트(26·자메이카)는 큰 소리를 쳤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볼트의 몸상태, 자메이카 육상 대표선발전 남자 100m와 200m에서 '신성' 요한 블레이크(23)에게 당한 패배 때문에 그가 왕좌를 지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혹의 눈초리가 있었다.

그러나 볼트는 "많은 전설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나의 시대다. 올해는 전 세계의 다른 선수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해가 될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전설이 되고 싶다"는 꿈을 공공연히 말해왔다.

볼트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그는 런던올림픽에서 육상의 역사를 새로 쓰며 '전설'로 거듭났다.

볼트가 '전설'을 향해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한 것은 2008년이다.

큰 키 때문에 스타트에 약점이 있었던 볼트는 100m보다는 200m에서 더 각광을 받는 선수였다. 그러나 단점을 고쳐나가면서 100m에서도 강자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2008년 5월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것이 시작이었다.

볼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육상 남자 100m와 200m, 400m 계주에서 모두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9년 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도 그의 무대였다. 볼트는 100m와 200m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400m 계주까지 석권하면서 3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대구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볼트는 부정출발로 실격당하며 자신의 화려한 경력에 흠집을 냈다. 하지만 200m 정상에 등극하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400m 계주에서 세계기록을 다시 쓰며 금메달을 수확해 2관왕에 등극했다.

이후 1년간 볼트는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지만 런던이라는 땅에 전설을 새겼다.

볼트는 지난 6일(한국시간) 벌어진 100m 결승에서 9초63의 올림픽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운 올림픽기록(9초69)을 0.06초 앞당겼다.

볼트는 칼 루이스에 이어 올림픽 남자 100m 2연패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볼트는 1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후 "이제 200m 경기를 치르게 된다. 육상에서 특별한 기록을 세우기를 희망한다"며 "200m 경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10일 200m 결승에 나선 볼트는 19초32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수확, 2관왕을 달성했다.

올림픽 사상 남자 200m에서 2연패를 달성한 것은 볼트가 최초다. 또 역대 올림픽 육상에서 2회 연속으로 단거리 종목인 100m와 200m를 모두 제패한 선수도 볼트가 처음이다.

'최초'라는 역사를 세우면서 볼트는 '살아있는 전설'로 거듭났다.

올림픽 육상 남자 단거리 2연속 2관왕이라는 업적은 '전설'로 일컬어지는 칼 루이스(미국)도 이뤄내지 못한 것이다.

칼 루이스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100m와 200m, 400m 계주, 멀리뛰기 정상에 오르며 4관왕에 올랐다. 루이스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100m와 멀리뛰기 2연패를 달성했지만 200m에서는 은메달에 머물렀다.

볼트가 꿈꾸는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400m 계주가 남아있다. 자메이카 대표팀 주자로 나서는 그가 금메달을 추가하면 올림픽 남자 육상 사상 첫 단거리 2연속 3관왕이라는 업적을 세우게 된다.

그가 이날 달성한 것보다 더 위대한 업적을 달성할 가능성은 높다. 자메이카는 남자 단거리 100m와 200m에 걸린 메달 6개 가운데 5개를 쓸어담으며 400m 계주에서의 금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남자 100m에서 금, 은메달을 모두 볼트와 블레이크가 땄다. 200m에서 볼트와 블레이크가 또 다시 금, 은메달을 수확한 가운데 워렌 위어(23·자메이카)가 19초44를 기록하고 동메달을 가져갔다. 한 국가의 선수가 남자 200m에서 메달 3개를 싹쓸이한 것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의 미국 이후 8년만이다.

'살아있는 전설'로 거듭난 볼트가 400m 계주에서 '화룡점정'을 이뤄낼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