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2012]불운에 발목 잡힌 '허들스타' 류샹·로블레스

2012-08-09     나기자

 

최근 몇 년 동안 남자 110m 허들을 양분하던 류샹(29·중국)과 다이론 로블레스(26·쿠바)가 2012런던올림픽에서 나란히 부상 불운에 고개를 숙였다.

류샹과 로블레스는 최근 몇 년 동안 남자 110m 허들의 강자로 군림해왔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세계기록에 타이인 12초91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류샹은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육상 단거리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역사를 새로 썼다.

류샹은 2006년 12초88을 기록하며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2007년 오사카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10m 허들 금메달도 류샹의 차지였다.

로블레스는 류샹이 가지고 있던 세계기록을 2년 만에 갈아치웠다. 로블레스는 2008년 12초87을 기록, 류샹이 보유한 세계기록을 0.01초 앞당겼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류샹이 오른 아킬레스건 부상 때문에 출전을 포기했을 때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 로블레스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류샹은 오른 아킬레스건 수술로 인한 재활 때문에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 기간 로블레스도 크고작은 부상 때문에 메이저대회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두 선수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이들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아직도 로블레스가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류샹이 가지고 있던 전 세계기록이 역대 2위 기록이다.

두 사람의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던 상황에서 벌어진 지난해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남자 110m 허들은 빅매치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이들은 각각의 불운에 아쉬움을 남겼다.

이들은 결승까지 무난하게 진출해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하지만 결승에서 문제가 생겼다.

레이스 중반 이후 스퍼트를 올린 류샹과 로블레스는 선두를 다퉜다. 류샹과 로블레스가 거의 동시에 9번째 허들을 넘다가 팔에 접촉이 생겼다. 류샹은 마지막 허들을 넘다가 왼 발이 걸리면서 3위까지 밀려났다.

로블레스는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이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비디오 판독 결과 류샹의 진로를 방해했다며 실격 처리했다. 선두를 달리다가 3위까지 밀려난 류샹은 은메달을 거는데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달구벌을 달궜던 두 '허들 스타'는 런던에서는 나란히 부상 불운 속에 고개를 숙였다.

류샹은 지난 7일(한국시간) 벌어진 남자 110m 허들 예선에서 오른 아킬레스건 부상 때문에 첫 번째 허들에 걸려 넘어졌고, 레이스를 마치지 못한 채 허무하게 탈락했다.

4년 전 베이징에서 그의 발목을 잡았던 아킬레스건 부상이 또 다시 그의 앞길을 막은 것. 오른 아킬레스건이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은 류샹은 영국에서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로블레스는 결승까지 무난히 진출했지만 9일 벌어진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 불운을 만났다.

제대로 스타트를 했던 로블레스는 오른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껴 레이스를 도중에 포기했다. 로블레스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절망적인 표정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선수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로블레스는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어서 부상 불운이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두 명의 스타가 모두 불운에 휩싸여 고개를 숙인 가운데 미국의 애리스 메리트(27·미국)가 12초92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9년 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와 지난해 대구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각각 4위, 5위에 그쳤던 메리트는 금메달을 따내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제이슨 리차드슨(26·미국)이 13초04를 기록하며 은메달을 가져갔고, 자메이카의 핸슬 파치먼트(22)가 13초12로 동메달을 땄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