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 피나 바우슈, 3D영화로 부활…제자 김나영
현대무용의 역사를 바꾼 천재무용가 피나 바우슈(1940~2009)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담은 영화 '피나'에 출연한 무용가 김나영(48)은 7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 스승 피나와 함께한 추억을 전했다.
김나영은 피나 바우슈의 무용단인 독일 부퍼탈 탄츠테아터 소속 무용수다. 바우슈 3주기를 맞이해 고국에서 개봉하는 영화 '피나'에 힘을 보태기 위해 왔다.
'피나'는 거장 빔 벤더스(67)가 오랜 우정을 나눈 벗 바우슈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3D 영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바우슈 대표작들의 무대 현장감에 입체감을 더했다.
벤더스와 바우슈는 1985년 처음 만나 여러 해 전부터 영화 작업을 하기로 마음을 모았지만 행동에 착수한 것은 2009년이다. 하지만 바우슈는 그해 촬영 직전 암 진단을 받은 지 5일 만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떴다. 영화의 핵심인 3D 테스트 촬영에 들어가기 이틀 전이다.
몇 달 간 추모 기간을 거친 후 김나영을 비롯한 부퍼탈 무용단원들은 감독을 찾아와 바우슈를 위해 예정대로 춤을 추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감독은 바우슈를 영화로 담아내고 기록할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깨닫고 영화를 완성했다.
김나영은 이미 공연한 작품들도 스크린에서 보니 색다른 감동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가 여러 번 했던 무용이지만 빔 벤더스 감독의 영상 효과가 더해지니 다른 작품을 보는 것 같았어요."
벤더스 감독은 물론, 포스터 이미지를 찍은 사진가 도나타 벤더스 부부와도 친분이 있다.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니 감독님은 함께 가지 못하게 돼 유감이라고 하셨어요. 제가 피나 선생님과 나눴던 많은 일들과 영화 제작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한국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김나영은 바우슈가 없는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근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돌아가신 지 3년이 됐지만 3년이 가는줄도 모르게 시간이 빠르게 갔어요. 해체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죠. 선생님은 안 계시지만 팬들이 우리의 공연을 보고 싶어하고 정부와 시에서도 지원을 계속하고 있어요. 돌아가시기 전 약 5년 정도의 계획이 이미 잡혀 있었는데 선생님이 안 계셔도 공연을 의뢰한 측에서 취소하지 않고 있습니다."
바우슈는 한국 문화계에도 애정을 품고 있었다. "'피나'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나 무용 공연에는 아무래도 특별한 관심을 가진 소수의 제한된 분들이 오시죠. 흥행 장르에 비해 어려운 점이 있어요. 선생님께서 공연을 위해 한국에 오셨을 때 많은 예술가들을 만나보셨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화계를 위해 수고하는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응원하셨죠."
영화에는 봄의 에너지와 생명력을 군무를 통해 보여주는 '봄의 제전', 인간의 갈망과 외로움을 미니멀하게 담아낸 '카페 뮐러', 남녀관계에서 발생하는 호기심과 욕망을 담은 '콘탁트 호프', 비바람 속에서 내면세계와 싸우며 사랑을 갈구하는 '보름달' 등 바우슈의 대표작 4편을 담았다.
무용수들은 격렬한 독무, 우아한 듀엣, 역동적인 군무를 통해 사랑, 자유, 슬픔, 갈망, 환희 등 감정들을 펼쳐내며 바우슈의 혼을 부활시킨다. '피나'의 실사 100% 리얼 3D는 근육의 미세한 떨림과 땀방울, 무용수들의 감정까지 생생하게 잡아낸다. 30일 개봉.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