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2012]'이신바예바 천하 저물다'…춘추전국시대 도래?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최강자로 군림해온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30·러시아)의 시대가 저물었다.
이신바예바는 7일(한국시간) 올림픽파크 내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육상 여자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4m70을 기록, 3위에 올라 동메달을 따는데 그쳤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여자장대높이뛰기에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2연패를 달성했던 이신바예바는 동메달에 머물면서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하지 못했다.
최근 '여제'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왔던 이신바예바는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었던 이번 올림픽에서 3연패를 꿈꿨지만 세월의 흐름을 비껴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채 떠나게 됐다.
이번 올림픽 결과는 '이신바예바 천하'였던 여자장대높이뛰기의 판도가 변화됐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2000년대 초반부터 여자장대높이뛰기는 이신바예바가 지배했다. 2003년 처음 세계기록을 갈아치운 이신바예바는 이 종목에서 무려 28차례(실외 15개·실내 13개)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명불허전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이신바예바는 2003년 영국 게이츠헤드에서 열린 대회에서 4m82를 뛰어 처음으로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자신의 시대를 열어젖혔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건 이신바예바는 2005년 7월 런던에서 열린 대회에서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5m의 벽을 넘어섰다. 그 해 8월 헬싱키세계대회에서 5m01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이신바예바는 2007년 오사카세계선수권대회에서 4m80을 기록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도 그를 위한 무대였다. 이신바예바는 5m05를 날아올라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신바예바 천하'는 2009년 위기를 맞았다.
2009년 7월 런던에서 열린 대회에서 아나 로고프스카(31·폴란드)에게 밀려 2위에 그친 이신바예바는 2009 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에서 참패를 맛봤다. 이신바예바가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은 2003년 파리세계대회 이후 6년만의 일이었다.
이신바예바는 그 해 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수모'를 당했다. 그답지 않게 세 차례 연속 바를 넘지 못해 기록도 없이 대회를 끝냈다.
'베를린 충격' 이후 한 달만인 그 해 8월 스위스 취리히 대회에서 이신바예바는 5m06을 기록, 베이징올림픽에서 세운 실외 세계기록을 1년만에 다시 써 '이신바예바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신바예바는 2010년 4월 돌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휴식을 취한 이신바예바가 돌아온 것은 지난해 2월이었다.
복귀 후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린 이신바예바는 지난해 대구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노렸다.
하지만 이신바예바의 왕좌 탈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이신바예바는 4m65의 저조한 기록으로 6위에 머물러 아예 메달을 목에 걸지도 못했다. 2009년 베를린세계대회에 이어 이신바예바의 두 번째 추락이었다.
이신바예바는 올해 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XL 갈란 실내육상대회에서 5m01을 기록, 자신이 갖고 있던 실내 세계기록 5m를 1cm 늘리며 건재함을 뽐냈다. 개인통산 28번째 신기록이었다.
하지만 실외대회에서는 기록이 좋지 못했다. 올해 이신바예바의 최고기록은 4m75였다. 자신의 최고기록이자 세계기록인 5m06에 턱없이 부족한 기록이었고, 올해 기록 순위에서도 5위에 불과했다.
2013년 모스크바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은퇴하겠다고 밝혔던 이신바예바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인 이번 올림픽에서 3연패를 노렸다. 하지만 동메달에 그치면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신바예바는 두 차례나 모험을 시도하며 금메달 의욕을 드러냈다. 4m55를 1차시기에서 성공하지 못하자 바로 4m65로 높이를 올렸고, 4m75를 두 차례나 실패한 뒤에도 4m80에 도전했다.
모험도 통하지 않았다. 이신바예바는 4m75를 기록한 제니퍼 슈어(30·미국)와 야리슬레이 실바(25·쿠바)에 금, 은 메달을 내줬다.
이신바예바 천하가 끝난 여자장대높이뛰기는 한동안 '춘추전국시대'의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뚜렷한 강자도 없고, 이신바예바가 정상을 놓친 이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자의 얼굴이 매번 바뀌었다.
2009년 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안나 로고프스카(28)가 4m75를 넘고 우승했지만 지난해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파비아나 무레르(31·브라질)가 4m85를 기록하고 우승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입상권에 들지 못했던 슈어가 정상에 올랐다.
명확한 최강자가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슈어와 무레르,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는 질케 스피겔부르크(26·독일), 이번에 은메달을 딴 실바 등이 장대높이뛰기 '여제'의 자리를 놓고 뜨거운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