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우 주교 “‘형제애'로 이웃을 바라보자...우리가 사는 세상 나 혼자만의 세상 아니”
문창우 주교 “‘형제애'로 이웃을 바라보자...우리가 사는 세상 나 혼자만의 세상 아니”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0.12.2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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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
▲ 천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 ⓒ채널제주

천주교제주교구장인 문창우 주교는 교구장 착좌 이후 첫 성탄 대축일 사목서한에서 "우리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선한 마음의 '형제애'로 이웃을 바라보자"며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나 혼자만의 세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문 교구장은 지난 24일 발표한 '형제애로 이웃을 바라봅시다'란 제목의 성탄메세지를 통해 “특히 제주 사회는 아직도 풀어야 할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최근 제2공항 갈등을 비롯하여 여러 개발에 따른 후유증을 경험하면서 어떻게 지혜롭게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가 우리 미래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또한 지난 역사 안에서 제주4.3의 온전한 해결을 위한 후속 조치로 국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4.3특별법의 개정을 통해 제주도민의 오랜 아픔과 상처를 치유할 기회를 찾는 일도 중요한 우리의 책임임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불안한 현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그럴수록 우리 자신에게는 올바른 시대적 징표를 바라보며, 참다운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야 할 소명이 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성탄 메시지에서는 제주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도 언급됐다. 문 교구장은 특히 "그동안 성전에서만 이루어지던 사목이 개개인의 일상 안으로 구체적으로 다가가야 하겠다"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우리의 눈과 귀가 그들을 향해 있고, 우리의 의식과 마음이 '형제적 사랑'으로 가득 차야만 한다"고 강조했다.문 교구장은 "제2공항 갈등, 4·3특별법의 개정을 통해 제주도민의 오랜 아픔과 상처를 치유할 기회를 찾는 일도 중요한 우리의 책임임을 깨닫게 된다"며 “(이 또한)내 가족, 내 지역만을 위한 것도 아니”고 했다.

문 교구장은 "인간이 되신 하느님 은총을 되새기며, 우리 자신이 기꺼이 다른 이를 돕고자 뻗는 손과 발의 수고로움에 동참해야 한다"며 "경황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삶을 잠시 멈추고 마음을 고요히 하자"고 당부했다.

[전문] 형제애로 이웃을 바라봅시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한 현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백신 개발 등으로 코로나 시대가 끝난다 해도 결코 예전 생활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감염성이 무서운 이 바이러스는 교회가 전례뿐만 아니라 소공동체 모임과 레지오를 비롯한 여러 만남을 가로막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 자신에게는 올바른 시대적 징표를 바라보며, 참다운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야 할 소명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성전에서만 이루어지던 사목이 개개인의 일상 안으로 구체적으로 다가가야 하겠습니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향해 우리의 손과 발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우리의 눈과 귀가 그들을 향해 있고, 우리의 의식과 마음이 “형제적 사랑”으로 가득 차야만 합니다. 오늘 우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께서는 한없이 나약하고 작은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그 모습은 우리 안에 있는 연민과 사랑을 건드려 깨웁니다. 바로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과 이웃을 다시 보도록 합시다.

지난 한 해 동안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 인간들이 저지르는 비인간성의 행태를 무수히 접할 수 있었습니다. 성 차별적인 문화 안에서 폭력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저질러진 범죄들, 엽기적인 살인사건들, 가정 파괴로 일어나는 죄악들,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에 대한 외면, 각종 재해에도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 개발론자들의 탐욕이 부른 환경 파괴들, 일부 종교인들조차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일들, 국민을 돌보지 않는 여·야 정치 세력의 자기중심적인 모습 등을 바라보며 ‘과연! 우리 인간이 이러고도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피조물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죄 많은 우리 인간임에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어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우리와 같은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로 오셨습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신 강생육화(降生肉化)의 참 의미는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가 다시금 새로운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일그러진 모든 상황을 당신의 크신 자비와 사랑으로 회복시키시고 우리를 구원받은 은총의 존재로 되돌려 놓으신 것입니다. 더 이상 죄의 노예 상태가 아니라 참된 자유의 사람으로 불러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의 탄생으로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가 새롭게 되었으니, 우리 사이에서도 이를 새롭게 하는 관계로 만들어가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나 혼자만의 세상이 아닙니다. 내 가족, 내 지역만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특히 제주 사회는 아직도 풀어야 할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최근 제2공항 갈등을 비롯하여 여러 개발에 따른 후유증을 경험하면서 어떻게 지혜롭게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가 우리 미래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역사 안에서 제주4.3의 온전한 해결을 위한 후속 조치로 국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4.3특별법의 개정을 통해 제주도민의 오랜 아픔과 상처를 치유할 기회를 찾는 일도 중요한 우리의 책임임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 인간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게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권력과 명예, 재산과 지식, 업적과 재능 등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다운 것들에만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사람으로 오신 하느님의 진정한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구유에 누워 계시는 아기 예수님을 찬찬히 바라보며 이 아기가 바로 우리의 식별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이면서도 비천한 인간으로 오신 예수님의 낮추고 비우신 모습처럼 우리의 진정한 사랑이 하느님의 시각으로 사람들을 보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진정 다른 사람의 삶도 행복한 사랑을 누려야 한다는 “형제애”로 우리는 타인을 대하고 더욱 더 사랑해야 합니다. 고정된 잣대로 서로를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 사랑의 눈길을 우리 눈에다 담고, 그분의 자비하신 마음을 우리 안에 품으며 이웃들을 받아들입시다. 그리하여 인간이 되신 하느님 은총을 되새기며, 우리 자신이 기꺼이 다른 이를 돕고자 뻗는 손과 발의 수고로움에 동참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이 사람이 되심으로 우리를 영원한 구원의 시간으로 초대하셨습니다. 경황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삶을 잠시 멈추고 마음을 고요히 합시다. 그리고 포대기에 싸인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고 우리 이웃들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우리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선한 마음의 “형제애”로 받아들여 진정한 하느님 자녀 공동체로 가꾸어 나갑시다.

모든 분들께 “사랑의 형제애”로 기쁜 성탄의 축복이 내리시길 기도합니다.

2020년 12월 24일

천주교 제주교구 감목 문창우 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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